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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연>은 소크라테스의 열렬한 제자인 아폴로도로스가 친구로부터 들은 소크라테스의 이야기를 옮겨놓은 이야기이다. 아폴로도로스는 매우 부유한 집안 출신이고 성격이 워낙 다혈질이고 비판적이었지만, 그가 유일하게 인정한 사람은 소크라테스 한 사람뿐이었다. 소크라테스는 아가톤(아테네의 극작가)의 향연에 참석했다. 아가톤의 향연은 식사 후 아테네의 여러 신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였다. 에로스와 선과 미에 대해 논했는데 파이도로스와 에릭시마코스가 에로스야말로 가장 오래된 신이자 아름다움을 동시에 가진 신이라고 했다.

    에릭시마코스와 아카톤은 에로스가 선을 사랑하는 신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선을 사랑하기 때문에 부정한 자를 멀리하고 아름다움을 찾는다고 주장했다. 에릭시마코스는 아테네에서 의사로 활동하던 의료인이었다. 그는 에로스도 둘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늘의 에로스는 선과 미를 추구하며 땅의 에로스는 그 반대라고 했다. 소크라테스는 에로스는 사랑의 신인지 아름다움의 신인지, 아니면 선의 신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고 답했다. 넘치는 아름다움을 가진 사람은 아름다움을 가질 필요가 있을까? 또, 선을 가지고 있는 신이 더 이상의 선이 필요할까? 앞서 소크라테스는 여러 번에 걸쳐 모든 것은 반대에서 생긴다고 주장했다. 소크라테스는 <크리톤>, <파이돈>에서 부유함이 있기에 가난이 있고, 아름다움이 있기에 추함이 있다고 주장했다. 에로스가 미의 신이자 선의 신이라면, 무엇 때문에 선과 아름다움을 찾을까? 에로스는 모든 것을 소유한 신이다. 신은 인간을 초월한 존재이다. 따라서 그 힘과 능력은 완벽하다. 소크라테스는 디오티마(소크라테스에 대적할 만한 대화상대였다)라는, 신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여인과의 대화를 예로 들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에로스의 아버지는 부의 신인 포로스이고, 그의 어머니는 빈궁의 신인 페니아라고 했다. 빈궁의 신은 가난한 자신을 탓하여 부의 신인 포로스가 잠든 뜸을 타서 에로스를 임신했다고 한다. 따라서 에로스는 어머니의 가난과 아버지의 부유함과 성실성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가난과 부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 지점이다. 즉, 에로스는 신이 아니라 그들의 중간적인 성격을 띠는 존재, 곧 정령이다. 그래서 에로스는 정령체로서 중간의 입장에 있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디오티마의 말을 듣고 자신의 양분론, 즉 선과 악과 같은 경계에 중간이라는 존재가 빠졌음을 깨닫게 되었다. 중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니, 소유한 것도 아니고 소유하지 않은 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소크라테스는 이때 디오티마의 요점을 이해하고 그가 깨닫지 못한 것을 알게 되었다. 즉, 에로스는 중간자적 입장에서 선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지, 완벽한 존재는 아니라는 점이다. 디오티마는 계속해서 이번에는 사람의 생존과 잉태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사람의 선과 아름다움은 영원한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디오티마가 소크라테스에게 물었다. 그는 당연히 영원하다고 대답했고, 다시 사람은 영원불멸하는 존재인지를 물었다. 소크라테스는 디오티마의 말을 듣고 바로 깨달은 게 있었다.

     

    잉태와 출산을 통한 자손 번식에 대해서 자손을 왜 낳아야 하는지, 자손을 왜 양육해야 하는지, 사람은 선과 아름다운 마음을, 자손을 통해 끊이지 않고 이어갈 권리와 의무를 부여받았다는 것이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육체적인 부분은 소멸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정신만 물려준다는 것이다. 정신이 가장 신과 정령에 가까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디오티마는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지적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공명심과 선한 마음의 차이점이다. 그녀는 아름다움과 선의 본질에 대해서도 말했다. 사람은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을 가리켜 영웅 도는 존귀한 존재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가 말하는 뜻에는 자기 물질과 육체를 희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역시 정신적인 부분을 빼놓을 수 없고, 사람은 권력과 야욕을 숨기고 자신의 육체와 물질을 희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선한 마음은 꼭 물질적으로 나타낼 필요가 없지 않은가? 의 의문이 든다. 사람의 진실한 마음과 선한 정신은 반드시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으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 점을 디오티마가 소크라테스에게 일깨워 주었다. 즉 육체적인 아름다움과 미를 추구하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진정한 마음을 빼놓으면 껍데기일 뿐이라는 것이다. 아가톤의 향연에서 사람들은 에로스를 비판없이 찬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크라테스는 에로스가 미와 선을 추구하는 것은 맞는 말이고 옳은 일이지만, 사람들이 너무 외향적으로만 알고 있었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