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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운 철학

시민과 국가란

펠릿 2023. 2. 9. 23:19

목차



    ●시민

    앞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던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도시국가 또는 국가라는 것은 여러 개의 서로 다른 부분으로 이루어진 '전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국가를 구성하는 것은 시민이다. 따라서 아리스토텔레스는 국가를 논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본질을 알아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시민이란, '관직과 법정의 운영에 참여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즉, 임기가 일정하지 않는 관직에 참여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시민을 '어버이가 모두 시민인 사람'으로 정의하고 어버이 가운데 어느 한쪽만 시민인 자는 시민이 아닌 것으로 정의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그렇게 따진다면 국가를 처음 만든 사람이나 그 국가에 처음으로 살았던 사람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또한 부당한 절차로 시민이 된 사람도 시민이라고 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를 살펴보았다. 부당하게 관직을 갖는 사람들을 보고도 관리라고 부르는 것처럼, 시민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결론지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국가의 본질이 시민에 달렸는가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만약 국가의 본질을 종족으로 삼는다면? 시민들은 계속 변한다. 강물의 물이 계속 흘러서 항상 새로운 물을 유지해도 강의 이름은 똑같다. 이는 구성하는 물에 그 본질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의 본질은 항상 죽고 태어남을 반복해 새로워지는 종족에 있지는 않다. 국가의 본질을 결정하는 것은 그 국가가 갖고 있는 정치 질서이다. 이것은 합창단이나 다른 종류의 공동체, 또는 모든 복합체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따라서 국가는 시민이 아닌 정치질서에 의해 본질이 결정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과연 좋은 사람으로서의 우수함과 좋은 시민으로서의 우수함은 같은 것일까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선원들이 그들이 수행하는 역할에 따라 차이가 있고 그 우수성은 각자 관련된 것에 따라서 다르다. 하지만 모든 선원에게는 안전한 항해라는 목표가 있다. 따라서 공통적으로 모두에게 적용되는 우수성의 기준이 분명히 있을 수 있다. 이것은 시민들에게도 적용되고 그들의 공동목표는 공동체의 안전한 운영이 된다. 안전한 운영은 정치질서에 달렸으므로 결국 시민의 우수성이란 정치질서에 따라 달라진다. 국가는 여러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어 있어서 단 하나의 공통된 시민의 우수성이란 있을 수 없다.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입장은 다르므로 둘의 우수성과 당연히 다르다. 결국 시민의 우수성은 어떻게 지배하고 어떻게 복종하는지를 함께 잘 알고, 이런 능력을 잘 행사하는 데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마지막으로 생각한 시민에 관한 한 가지 남은 문제는, 관직에 참여하는 사람만이 진정한 시민인지 또는 기계공들도 이에 포함되어야 하는지의 문제였다. 가장 우수한 형태의 국가에서는 기계공들을 시민으로 용납하지 않는다며 그 역시 같은 입장이었다. 그는 시민에는 여러 부류가 있으므로 국가의 명예에 참여하는 자가 가장 높은 의미에서의 시민이라고 규정하였다. 그리고 때로는 어떤 국가에 있어서는 선량한 인간과 선량한 시민은 같지만 국가에 따라 각각 다르다고 보았다. 단, 같을 경우에는  단독으로 또는 다른 자들과 더불어 공적인 일을 처리하고 지휘할 수 있는 자만을 선량한 인간으로 볼 경우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시민이란 보통 번갈아서 지배를 하고 또한 지배받는 시민 생활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을 가리킨다. 물론 시민이란 말의 특정한 의미는 정치질서에 따라서 달랐다. 즉 그가 말하는 이상적인 정치 질서에서의 시민이란 선에 부응하는 생활방식을 성취하려는 목적을 갖고 지배를 하며 또한 지배받는 능력과 의지가 있는 사람을 말했다.

    ●정치질서

    아리스토텔레스는 가장 이상적인 정치질서로 나아가지 위해서는 어떤 정치가 가장 최선의 형태인가를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실제로 국가에 알맞으며 시행가능한 형태의 정치 질서를 연구해서 제안해야 한다고 했다. 국가는 여러 가족, 다양한 시민계급(부자, 가난한 사람, 중산층), 여러 직업을 가진 평민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살펴본 것처럼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은 모두 정치질서에 참여하거나 어떤 때는 몇 명만이 참여하고, 또 어떤 때에는 그들 중의  특정한 요소만 참여하기도 한다. 따라서, 정치 질서는 모두 국가마다 다양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1인이 지배하는 정부 형태 중에서 공동이익을 고려하는 것을 왕정이라고 하고, 1인 이상이지만 다수가 아닌 자들이 지배하는 정치 형태를 귀족정치라고 한다. 그리고 공동이익을 위해 대중이 국가를 통치하는 경우는 혼합정치라고 한다. 이러한 세 가지 형태가 왜곡되어 생긴 그릇된 정치 질서에는 세 가지가 있다. 참주정치는 왕정의 타락된 형태이고, 과두정치는 귀족정치가 타락한 형태이며, 민주정치는 혼합정치가 타락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일부 학자들은 민주정치를 단순히 다수가 최고의 권위를 갖는 정치라고 정의하고 과두정치는 소수가 최고의 주권을 갖는 형태라고 정의하곤 하는데, 아리스토텔레스는 이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빈부의 기준으로만 구별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민주정치'는 많은 수의 자유인 출신이자 가난한 사람들이 정부를 통제하는 정치 질서에 적용되며 '과두정치'는 적은 수의 집안 좋고 넉넉한 사람들이 정부를 통제하는 정치 질서에만 제대로 적용될 수 있다. 이 두 가지 정치 형태에는 다시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는 서민층과 귀족층, 즉 계급의 구성요소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간혹 민주정치가 아닌 정치질서가 민주정치 성향으로, 또는 과두정치가 아닌 형태가 과두정치와 같은 모습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주로 혁명 이후에 나타난다. 정치적 기질이 일시에 바뀌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다음으로 혼합정치란 일반적으로 말해서 민주정치와 과두정치의 혼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보통민주정치에 가까운 형태에만 사용하며 과두정치 쪽에 가까운 형태들은 귀족정치라고 부른다. 귀족정치는 혼합정치와 큰 차이가 없다. 부자와 가난한 자의 혼합에 대해서는 혼합정치라 구분하고 신분, 부, 자질 세 가지 혼합의 경우에는 귀족정치라고 구분할 수 있다. 참주정치는 어떤 의미에서는 왕정과 중복되는 점을 가지고 있다. 정부가 국민의 동의에 근거를 두고 법적인 기반 앞에서 통치를 하는 왕정의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러한 국가를 이루는 가장 안정적인 시민계급에 대해 논했다. 그것은 중산층 계급이라고 한다. 모든 국가의 시민들은 부유한 자, 가난한 자, 그리고 중간을 형성하는 중산층 계급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중용' 이므로 중산층이야말로 국가를 이루는 가장 안정적인 계급이라고 할 수 있다. 부유한 자는 너무 많은 이점을 누리고 있는 나머지 지배할 줄만 알고 폭력을 쓰거나 중대한 범죄를 저지를 수 도 있기 때문이다. 또 가난한 자는 겁이 많아서 복종할 줄만 알기 때문에 이는 멸시와 적대심만 키우게 되고 진정한 정치 공동체의 기질과는 멀어지기 때문에 안정적이지 않다.

    이에 비해 중산층 계급은 야망이 적으며 가난한 사람들처럼 남의 물건을 탐하지 않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있다. 따라서 국가를 자연적으로 구성하고 있는 요소 중 중산층 계급에 기초를 두고 있는 국가야말로 가장 좋은 질서를 갖고 있음이 틀림없다. 즉 정치적 공동체의 가장 좋은 형태는 권력이 중산층 계급의 손에 있는 사회이며 중산층 계급이 많은 국가들이 좋은 정부를 이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