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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리스토텔레스는 계급의 규모는 가능하다면 다른 계급을 합한 것보다 더 강할 정도로 크거나, 적어도 두 계급 중 어느 하나보다는 더 강할 정도로 커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런 경우에 어느 한쪽에 중산층 계급이 가세하면 힘의 균형을 잃게 될 것이고 서로 적대하는 두 극단 중의 어느 하나가 지배적으로 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국가의 구성원들이 알맞은 재산을 갖고 있는 것이 국가로서는 가장 다행스러운 경우로 보았다. 만약 어떤 사람들은 재산이 많고 다른 사람들은 재산이 상대적으로 없는 경우, 결과적으로 극단적인 민주주의가 단순한 과두정치로 변질되거나 이에 대한 반발로 참주정치가 생겨날 수 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중산층 계급이 높을 경우에는 시민들 사이의 분열이나 파벌이 생길 가능성이 가장 적다고 보았다. 그리고 솔론이나 카론다스 같은 훌륭한 입법자가 중산층 계급에서 나온 것은 그만큼 중산층 계급이 가치가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결국 이 모든 것에 따라 그는 어떤 종류의 정치 질서든 경우에 따라 국민에게 알맞을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경우도 있어서 어느 것이 본질적으로 더 나은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중용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언제나 다른 것보다 나쁜 것임은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그렇다면 어떤 종류의 정치질서가 어떤 사람들에게 알맞은 것일까? 여기에서 모든 국가의 성립에 있어서의 질과 양, 즉 태생, 부, 교양, 집안 등을 포함하는 '질'과 수적인 우세를 말하는 '양'이 중요한 구성 요소임을 알아야 한다. <정치학>에서는 이 수와 양에 따라 알맞은 정치 질서가 각기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첫째, 가난한 자의 수가 부자들의 높은 질보다 더 우세한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민주정치가 나타난다고 한다. 평민의 대부분이 농민이라면 빈농 형태의 민주정치, 기계공들이나 노동자들이라면 극단적 형태의 민주정치 등으로 나타난다. 둘째, 부유한 사람들과 귀족들의 질적인 우수성이 수적인 열세를 보충하고도 남는 경우에는 과두정치가 나타나고 이는 집권자의 우월성에 따라 여러 형태가 나타난다. 셋째, 중산층 계급의 수가 다른 두 계급을 합한 수보다 크거나 두 계급 중 어느 하나보다 큰 경우에는 혼합정치가 출현할 수 있다고 하였다.

    ●정치질서의 변화와 혁명

    세상에 서로 다른 정치 질서들이 있는 이유는 언제나 정의와 비례적 평등의 원칙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들이 절대적인 정의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그만큼의 정치적 권리를 누리지 못하게 되어 불평등이 생기고, 이는 반란의 원천이며 근원이 된다고 보았다. 반란은 어떤 때는 기존 정치 질서에 반대하는 것으로 그 성격을 바꾸려는 의도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때로는 기존의 정치 질서 자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관리직을 장악하기 위해서 일어나거나 어떤 정치 질서를 더 강력하게 하거나 더 온건하게 하기 위해, 또는 정치 질서의 어느 한 부분만을 바꾸려고 할 때 일어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난동의 원인은 불평등, 즉 평등에 대한 갈망 때문이라고 했다. 평등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 '수적인 평등'은 수와 양적인 면에서 평등하게 또는 똑같이 취급받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자격에 비례하는 평등'은 비례적 평등의 근거에서 처우를 받는 것이다. 두 가지의 정치질서 즉 민주정치와 과두정치는 이에 따른 결과로 나타난다. 그러나 모든 면에서 과두정치나 민주정치적 평등의 개념 중 어느 하나에 기초를 둔 정치질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올바른 방식은 경우에 따라 수적인 평등의 원칙을 사용하고 다른 경우에는 비례하는 평등의 원칙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평등에 대한 열정 때문만이 아니라 그들이 추구하는 목표인 이득과 명예를 위해 반란을 꾀한다. 또한 손해와 불명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일 때도 있다. 그는 이러한 마음가짐에서 반란이 일어나게 되는 계기가 여러 가지라고 보았다. 첫 번째는 오만과 이익추구이다. 관직에 있는 자들이 오만무례하고 또 개인적 이들을 추구할 때, 시민들은 난동을 일으키고 다른 사람들을 공격할 뿐만 아니라 그런 사람들에게 권력을 준 정치질서 자체까지 공격하게 된다. 두 번째는 명예로, 자신이 부당하게 불명예를 당하고 다른 사람들이 명예를 얻게 될 경우이다. 세 번째로는 어떤 형태의 우월성의 존재가 계기가 된다. 즉 어떤 한 사람 또는 한 집단의 사람들이 그 국가에서 지나치게 반대되는 권력을 차지하고 있어서 시민 일반의 힘을 합쳐도 당해내지 못할 정도를 말한다. 이는 왕정이나 '집단적' 과두정치를 낳는 조건이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아르고스와 아테네 같은 여러 국가들이 도편추방 정책을 시행했다.

    도편추방정책
    고대 아테네 시민들은 도자기 조각에 나라의 위협이 될만한 사람이나 독재자가 될 위험이 있는 인물의 이름을 쓰고 그 인물을 국외로 10년간 추방하였다고 한다.

    네 번째는 공포이다. 즉 처벌을 두려워하는 범죄자들과 해를 입을 것을 예측하여 선수를 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공포하는 것은 반란의 계기가 된다. 다섯 번째는 경멸과 멸시로, 이는 주고 과두정치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정치적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다수자이고 자기들이 더 강대하다고 생각할 때 반란을 일으킨다. 민주정체에서는 부자들이 주변에 널리 퍼진 무질서와 무정부 상태를 멸시할 때 사람들이 반란을 일으킨다. 여섯 번째는 국가의 한 부분이 비균형적인 비례로 이런 경우에도 정치 질서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된다. 우리 몸에 비유를 한다면 발이 4미터나 되고 몸이 다른 부분에 비해 턱없이 작다면 그 사람은 살아갈 수 없다.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그 밖에 부수적인 계기로는 선거 경쟁의 효과, 즉 정치 질서에 변화를 주는 선거 음모, 민족 간의 갈등 등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일어난 폭동은 비록 작은 계기로 인해 일어난다 하여도 그로 인해 야기되는 문제는 작지 않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때 작은 계기라 하여도 특히 정부의 관리들이 관련되면 문제가 크게 확산될 수 있다. 시라쿠사의 역사에서 그 예를 보면 관직에 있던 두 젊은이가 애정 문제로 다른 일이 있었다. 두 젊은이는 동료 사이였으나 한 사람이 자리를 비 운 사이 다른 한 사람이 그의 애인을 유혹하여 변심하게 만들었다. 애인을 벗긴 젊은이는 크게 상처를 받았고 화가 난 끝에 그의 부인을 유혹하여 보복을 했다. 둘은 이 문제와 관련하여 모든 시민을 자기들의 다툼에 끌어들였고 끝내 나라를 두 파로 분열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