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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밤중이었지만 차라투스트라는 이튿날 아침 일찍 산 너머 해변에 도착하기 위해 산등성이를 넘었다. '난 배를 탈 작정이다. 그 배들은 바다 건너 다른 곳으로 나를 태워 줄 것이다.' 산을 오르면서 차라투스트라는 젊은 시절에 겪었던 고독한 방랑 생활을 떠올렸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산등성이와 봉우리를 올랐던가! 나는 방랑자이며 높은 데를 오르는 자이다. 나는 평지를 사랑하지 않는다. 앞으로 어떤 운명이 내게 닥쳐오더라도 거기엔 반드시 고통이 따르리라. 차라투스트라는 우리들의 체험은 결국 자기 자신만을 체험할 뿐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특별한 인간이라 하더라도 그의 체험은 그가 직접 겪은 것일 뿐이다. 그러니 내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은 나 자신의 소요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결국 모든 체험의 결과는 각자 자신의 '자아'로, 온갖 체험을 하고 난 뒤에 자신의  '자아'라는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알고 있다. 나는 지금 나의 최후의 등반, 나에게 주어진 것에서 가장 오랫동안 미뤄지고 있던 것 앞에 서 있다. '나는 나의 가장 가혹한 길을 올라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대의 뒤에는 이미 길이 없다는 것, 그것이 지금 그대에게 최선의 용기가 되어야 한다. 그대는 위대한 것을 향한 그대의 길을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서는 아무도 그대의 뒤를 따르는 자가 없으리라. 그대의 발이 스스로 그대가 걸어온 길을 지워 버리고, 그 위에는 '불가능'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자기 자신을 너무 아끼는 자는 그것 때문에 마침내는 병들고 만다. 우리들을 가혹하게 하는 것을 찬미하자. 나는 버터와 꿀이 흐르는 나라를 찬미하지 않는다. '많은' 것을 보기 위해서는 편안함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차라투스트라는 산을 오르는 내내 자신에게 엄격한 격언을 뱉으며 위로했다. 지금은 모든 것이 자고 있다. 바다도 자고 있다. 바다는 따뜻하게 숨 쉬고 있다. 나는 바다가 꿈꾸고 있는 것을 느낀다.

    "들으라, 들으라, 바다의 신음소리를 나쁜 추억 때문에, 혹은 나쁜 기대 때문에 괴로운 바다의 신음을... 아아, 바다여! 나도 그대와 함께 괴롭다. 슬퍼하고 있는 그대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나의 무력함이 슬프구나. 아아, 나의 손이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내가 그대를 악몽에서 구출해 낼 수 없으니!" 그러나 곧 차라투스트라는 바다를 보고 슬퍼하는 자신을 비웃었다. 그대는 바다에까지 위로의 노래를 불러  주려 하고있는가! 단순한 한 번의 따뜻한 입김, 앞다리의 보드라운 털, 그것만으로도 어떤 괴물이건 사랑하고 또 친하려 했던 차라투스트라는 자신을 비웃을 수밖에 없었다. 사랑이란 너무나 외로운 상태에 있는 자에겐 위험하다. 살아 있는 것이기만 하면 어떤 것이든 사랑하려고 하는 사랑은 위험하다. 진실로 나의 바보스러운 마음은 비웃음 받아야 마땅하다. 사랑에서의 나의 겸손함은 진실로 비웃음 받아야 마땅하다. 가슴 아프게 울던 차라투스트라는 배를 탔다. 선원들은 그가 무언가 말해주길 기다렸지만, 차라투스트라는 이틀 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다. '저 선원들도 위험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들이다. 나는 위험과 함께하는 모든 이들의 친구이다.'라고 생각하고 입을 열었다.
    "그대들, 과감한 탐험자여! 또 광활한 돛을 달고 무서운 바다로 항해한 적이 있었는지 모를 자들이여! 나는 내가 본 수수께끼를 그대들에게 말하리라. 너무나 외로운 상태에 있는 자에게 찾아온 환영을... 반은 난쟁이요, 반은 두더지인, 자기도 다리 불구, 남도 다리 불구로 만들면서 나의 귀에 납을, 나의 뇌수에 납 방울의 사상을 집어넣는 무거운 영혼이 내 위에 앉아 있었다.
    " 난쟁이가 대답했다. "지혜의 돌인 그대여, 그대는 그대 자신을 높이 던져 올렸다. 그러나 던져 올려진 돌은 모두 떨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대는 진심으로 돌을 멀리 던졌다. 그러나 그 돌은 그대 위에 다시 떨어지리라... 그리고 난쟁이는 입을 다물었다. 긴 시간이 흘렀다.
    "난쟁이여! 인간은 가장 용기 있는 동물이다. 인간은 용기로 모든 동물을 이겼다."
    "그게 지금 무슨 말인가?"
    "용기는 가장 뛰어난 투사다. 용기는 동정도 죽일 수 있다. 용기는 죽음까지도 죽일 수 있다. 용기는 이게 인생이었던가? 좋아. 다시 한번! 하고 말하기 때문이다."
    "알아듣기 쉽게 말해달라."
    "절망해서 죽음을 생각하는 마음까지도 죽여 없애고, 괴로운 삶이라도 다시 한 번 살아보려고 결심한다. 이게 바로 영원 회귀 사상에서 가장 중요한 태도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선원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칭찬하는 자는 무엇인가를 돌려주는 체하지만, 실은 받기를 원하는 것이다. 언제나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하라. 그러나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자가 돼라. 그대들이 바라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하라. 그러나 먼저 의욕을 가질 수 있는 자가 돼라. 큰 사랑으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되, 큰 경멸을 가지고 사랑하는 자가 돼라. 자기를 사랑하고 더 나아지려면, 현재의 자신을 경멸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과 여러 도시를 천천히 지나, 차라투스트라는 그의 산과 동굴을 향해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도중에 대도시의 성문을 지나치게 되었다. 그리고 바보와 대도시를 지나쳐 갔다.

    최후의 인간과 초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에서 가장 희곡적인 구성을 갖는 것이 바로 마지막 장인 제4부이다. 차라투스트라는 동굴 생활 중에 일곱 명의 '보다 높은 인간'들을 만난다. 아직 초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보통 사람도 아닌, 고뇌하는 인간들에게 차라투스트라는 동정심을 갖게 된다. 이 동정심은 차라투스트라에게 새로운 유혹이요, 시련이 되었다. 결국 차라투스트라는 동정심이라는 마지막 시련을 이겨 내고 성숙한 영원 회귀 사상을 이루기 위해 홀로 산을 떠나게 되었다.
    니체가 말하는 '힘에의 의지'는 자신을 통제하고 자신이 자신의 주인이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자신을 고양하는 것, 자신을 좀 더 높은 단계로 끌어올리고 자신에게 좀 더 큰 풍요로움을 부여하는 것! 즉 자기 극복이 '힘에의 의지'의 본질이다. '힘에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발휘하는 인간이 바로 초인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자기 극복은 매일매일의 사소한 일부터 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진정으로 힘에의 의지를 지닌 인간은 자신을 지배하는 절제력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만이 다른 사람들을 진정으로 지배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을 진정으로 지배한다는 것은 상대방을 감복시켜 자발적으로 복종하게 만드는 것이다. 차라투스트라는 모든 존재의 수레바퀴는 영원히 굴러간다고 했다. 하지만 생은 의미도 목적도 없이 회귀한다는 생각이야말로 '힘에의 의지'에는 최대의 시련이다. 하지만 사실 그대로 긍정할 때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영원회귀의 상태를 인간이 적극적으로 수용할 때 인간은 삶의 순간순간을 있는 그대로 긍정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는 말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인간에게 남은 길은 두 가지라고 주장했다. 바로 '최후의 인간'과 '초인'이다. 최후의 인간은 뭐든지 적당함과 안락함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작은 안락함을 찾아, 모든 종류의 부담과 고통에서 도피하는 현대인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가난도 싫고, 지나친 풍요도 싫다. 누구를 지배하는 것도, 어떤 대상에게 복종하는 것도 싫다. 적당한 게 최고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다. 하지만 최후의 인간은 자기 극복과는 조금의 관계도 없는 힘에의 의지가 결여된 사람들이다. 이들은 초인과 가장 대립하는 인간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초인처럼 자기 극복하여, 스스로가 주인이 되는 삶은 진정으로 위대한 삶이다. 삶이 갖는 극도의 고통과 기쁨, 어둠과 밝음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자가 바로 초인이다. 초인에게는 영원히 회귀하는 이 세계가 의미도 목표도 없는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가치 있고 하나하나가 소중해서 매사에 성실히 살아야 할 세계로 다가온다. 하늘만 보아도 기쁠 수 있고, 순간순간을 감사하며 살아간다. 모든 고난과 장애를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며, 자신의 이상을 최대한 발휘하려고 노력하는 자가 바로 초인의 본모습이다. 차라투스트라의 또 다른 이름은 니체 자신일지도 모른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그동안 니체가 생각하고 고민했던 책이다. 니체는 신에의 한 절대적 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누구난 자기 삶을 살면서 스스로 만들어 가는 가치가 가장 소중한 가치이다. 인간은 나약하기 때문에 '스스로 극복해야 할 그 무엇'이 되어야 한다. 인간이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이기 때문에, 그 사람의 미래에 대한 것을 그 무엇이라는 물음표로 놓아둔 것이다. 니체가 추구했던 '인간은 무엇인가'에 대한 연구는 인간을 진정으로 사랑해야만 할 수 있는 연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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